헌트, 두 인물의 다른 관점 소통의 부재의 비극
헌트, 캐릭터로 보는 줄거리
80년대 대통령 전두환 안기부의 강 부장 그 밑에 해외 파트 1팀의 박평호 차장 13년 차 베테랑이지만 사실 간첩입니다. 코드명은 동림입니다. 1호 제거 후 평화 통일을 목표로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그에겐 일본 정보원 조원식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현장에서 총격을 당해 죽으면서 자기가 사실은 북한에서 보낸 동림의 감시체계라는 사실과 이어서 다른 감시책이 올 거라는 말을 남긴 채 떠납니다. 그 감시책이 영화에서 2명 더 나오는데 한 명은 영화 초반과 후반에 한 번씩 나오는 안기부 담당 기자고, 또 한 명은 조원식의 딸이라고 하는 조유정이라는 대학생입니다. 감시책 외에 천보산이라고 대남 공작 책임자도 있습니다. 후반부 동림에게 당성 테스트를 할 때 천보산과 수하들이 나오고 이밖에 세탁소에서 동림의 정보를 받는 세탁소 남자 정도가 북한 측 일당으로 정리를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안기부 국내 파트 2팀의 김종도 차장은 4개월 차 신입입니다. 10월 26일 사건 당시 보안사 소속으로 박평호를 고문한 적이 있습니다. 또 5.18 당시 계엄군으로 참여했다가 참혹한 실상을 마주하고 대통령을 죽이고자 뜻이 맞는 사람들과 베드로 사냥을 계획합니다. 최규성이 회장으로 있는 목성사가 그러합니다. 표면적으론 군납업체인데 실은 베드로 사냥을 위한 자금을 모으는 그런 회사입니다. 영화 초반 워싱턴에서 벌어진 테러의 배후가 사실 김정도고 계획이 틀어지자 꼬리를 자르고자 그 테러범을 바로 총살합니다. 다시 보면 대통령을 정문으로 오게 시위대 몰아내라는 대사도 자기 베드로 사냥에 차질이 없게 하려는 일환으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김정도는 자기 목표를 위해선 사람 목숨의 희생까지도 감수합니다. 그렇게 희생된 사람 중 하나가 워싱턴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했던 신 교수입니다. 결코 인정하지 않는, 또 근거도 빈약한 그를 경제사절단에 참여했다는 이유와 몇 가지를 덧 붙여 대통령 테러의 배후 동림으로 만듭니다. 안기부는 조작된 진실을 만듭니다. 또 다른 인물론 표동호 국장이라고 북한 핵 개발 책임자가 있습니다. 일제 강점 보상 청구에 관한 공식 일정으로 도쿄에 있다가 한국으로 망명을 하려고 하는데, 여기 그치는 게 아니라 그는 동림이 사실 안기부에 잠입해 있으며, 4. 17 특작부대의 강령군 침투 정보도 이 동림이 빼돌렸다며 완벽히 동림의 존재를 입증합니다. 그럼 그는 안기부에 동림이 있으니까 전화로 정보를 다 줄 수 없고, 자신과 가족이 무사히 한국에 도착하면 북한 원자로 발전소 설계도와 동림의 정체를 건네주겠다고 제안합니다. 다음 날 아침, 안기부 1팀 도쿄지부 양보성 과장은 동림을 색출해 내라는 강 부장의 지시에 따라 현장에서 박평호 차장의 지시를 거스르고 혼자서 표동호를 태우러 갑니다. 원래 박평호의 작전은 박평호가 표국장을, 양보성이 그의 가족들을 태우는 것인데, 이걸 완전히 반대로 이행을 한 것입니다. 양보성은 표동우를 만나 목숨을 담보로 해서 협박죄로 그를 몰아세우고 정보부터 내놓으라고 요구합니다. 사면초가에 휩싸인 표국장은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모든 정보 건네고 차에 탑승하지만, 시간이 너무 끌렸는지 북한 요원들에게 뒤를 밟혀 그들의 공격에 표동우는 죽고 양보성은 중상을 당하게 됩니다. 박평호는 일단 안기부로서 상황을 마무리해야 하고, 무엇보다 자기가 동림인 것을 혹시라도 들킬까 봐 그 현장으로 가서 상황을 정리합니다. 이후 박평호는 이중 지시를 내린 강 부장에게 분노해 그를 사찰한 내용을 가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이후 여기에는 김정도와 마찬가지로 계엄군 출신이었던 안병기라는 사람이 안기부의 부장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 안 부장이 두 팀에게 내린 첫 임무는 바로 동림의 색출이었습니다. 안기부 내 동림을 색출하고자 1팀과 2팀이 서로를 조사하는 식으로 대립이 과열됩니다. 그러던 중, 북한에서 미그기가 넘어와 조종사가 귀순을 하고 그에게 암호표를 얻어 이 팀은 천보산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그 사실과 동림의 관계를 알게 됩니다. 이어서 김정도는 박평호를 도청하던 중, 자기 친구들이 안기부에 있는지 2주째 연락이 안 된다고 하는 조유정의 말을 엿듣고 그녀를 납치해 캐기 시작합니다. 알고 보니 일본에서 북한 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이 있었고 이에 조유정은 그냥 언어를 배우고 싶어서 진학을 한 것이라고 하지만, 김정도는 앞서 신 교수와 마찬가지로 이런 배경만을 가지고 조유정을 천보산에, 박평호를 동림으로 지목합니다. 박평호는 김정도를 동림으로 만들기 위해 그의 수상적은 비자금 행적을 추적합니다. 이게 김정도와 목성사와 관련된 행적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대립 중에 양보성의 의식이 회복이 되고 그가 표동호를 직접 만나 중요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김정도는 7성 보안으로 병실을 지키지만, 박평호가 앞에서 김정도 세력과 전면전을 벌이고, 그러던 중 박평호가 미리 세운 북한 저격수가 양보성을 쏴서 양보성은 사망합니다. 박병호와 함께 다니던 안기부 요원 방주경은 영화 후반 일본 출입국 리스트를 조사하던 중, 박평호가 동림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여기서 박평호에게 죽게 됩니다. 이를 도청하던 김정도 팀의 강철성은 박평호가 동림인 것을 알고 뒤를 밟다가 천보산 일당에게 납치당하고 박병호의 눈앞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천보산은 북한의 계획이 1호 제거 후 남침이라고 밝히고 평화 통일을 주장하던 리용수가 그런 이유로 숙청당했다고 말을 합니다. 양 과장이 죽기 전, 동림... 리용수라고 나지막이 말했던 그 인물이었습니다. 때문에 평화 통일을 주장하는 동림도 죽이려는 찰나, 김정도가 나타나 동림을 하고 손을 잡습니다. 미국 CIA가 베드로 사냥을 알고 그들 입장에서 태평양 질서가 무너지면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세워 그 베드로 사냥도 하지 말라고 말을 했습니다. 게다가 목성사 인물들도 명분 없는 혁명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최 대표가 사실을 실토할까 봐, 또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하기 위해 자기 손으로 그를 죽였습니다. 이제 목성사로 자금을 댈 수 없는 지금, 김정도는 배수의 진을 치고 동림을 구한 다음, 어차피 북한의 목표가 1호 제거이기는 하니까 대통령을 제거하는 일에 그를 한 배에 태운 것입니다. 대통령의 태국 방문 당시 1호가 제거되면 남침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박평호는 이를 막고자 방콕에서 그 간첩 기자를 죽이고 저격수들을 쏘며 대통령을 보호하고, 이어서 김정도는 같은 팀을 죽이고 대통령을 마저 죽이기 위해 그 아수라장으로 달려들지만 총격이 오가는 가운데 결국 대형 폭탄이 터지고 대통령은 살고 김정도는 죽게 됩니다. 그리고 상황이 마무리되고 한국으로 도착한 박평호는 조유정을 찾아갔다가 거기서 북한 일당의 총에 맞아 사망합니다. 조유정은 감독에 따르면 거기 있던 북한 공작원들을 죽인 것이라고 합니다. 박평호가 준 여권과 그의 말대로 한국에서 박은수로서 새 삶을 살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인물 관계도를 그리는 것을 목적으로 줄거리를 설명한 것이기 때문에 순서를 좀 편의적으로 배치했고, 빼놓은 내용도 많습니다. 중요한 건 이렇게 캐릭터를 정리를 해보면 중심축의 두 주인공이 서로를 헌트 하는 이야기가 실은 하나를 헌트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인물의 다른 관점
표면 아래에 영화의 내적인 내용을 주관적으로 분석을 하자면 조금 쉽게 말해서 김정도는 과거를 상징하고 박평호는 현실을 상징합니다. 영화 초반 타이틀 헌트가 뜨기 전 용의자를 죽이면 어떡해 인질이 되지를 말았어야죠라는 그 대사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김정도는 계엄군 때문에 1호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그는 1호 제거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아직도 양복 아래 인식표를 차고 다니는 모습은 군인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것보다 과거 일을 잊지 않으려고 하는 인물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그는 과거 계엄군 때의 일을 속죄하고 1호를 제거해 과거부터 이어져 온 독재의 고리를 끊으려고 합니다. 그러면 한국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반면 박평호는 1호를 제거하고 평화 통일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그는 평화 통일에 좀 더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그가 일본에서 평화 통일을 주장한 리용수를 만난 것도 그런 이유에서고 당성 테스트에서 1호 제거 후 불바다란 계획을 듣자 울부짖는 것도 그에겐 평화 통일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논리로 추측을 하건대 만약 평화 통일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1호 제거가 아니라 2호, 3호 제거였다면 그는 그렇게 했을 인물입니다. 이러한 두 인물의 근본적인 가치관은 방콕에서 직접적으로 대립합니다. 김정도는 1호를 제거할 것이라고 말하고, 박평호는 독재자 하나 죽는다고 세상이 달라질 거라 생각하냐며 그다음은, 그다음은이라고 반문합니다. 김정도는 그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은 없이 독재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다시금 단언할 뿐입니다. 또 1호가 제거되면 북한이 한국을 불바다로 만들 거라는 박평호의 말에 김정도는 적화통일 같은 정치쇼를 아직도 믿냐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선 북한이 적화 통일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천보산의 대사로, 감시책 기자의 대사로, 또 방콕 장면 이전 북한군들의 대사로 여러 번 보여준 바가 있습니다. 즉, 김정도는 현실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반면 이제 한반도가 불바다가 될 수도 있다는 현실에 박평호는 총을 꺼내 북한 측을 쏘고, 김정도는 반대로 한국 측에 총을 쏩니다.
소통의 부재의 비극
이런 아사리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생각해 본다면 이 영화의 키워드는 결국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재 정권이란 배경부터 안기부가 시위대를 아니꼽게 생각하는 것을 그들이 조작한 진실 앞에서 소통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 교수는 그렇게 죽고 조유정도 그런 위기를 겪습니다. 표 국장의 양 과장과 나누는 대화에서 역시 소통의 부재는 이어집니다. 이것이 비단 안기부와 바깥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만은 아닙니다. 영화의 제목 헌트처럼 안기부 내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여 소통이 단절된 양상을 보여주고 간첩인 박평호는 종국에는 천보산과 소통되지 않는 모습을, 한편으론 CIA는 부탁이 아닌 제안이라며 김정도와 소통의 여지를 내어주질 않습니다. 마지막에 박평호와 김정도의 소통이 엇갈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런 소통의 부재라는 측면에서 여기서 김훈 작가의 말을 인용을 하고 싶습니다. 바로 우리 사회가 당파성에 매몰되어 의견을 사실이라고 말하고 진리인 양 내세워 언어가 싸움의 도구가 되고 사회를 단절하는 무기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선 모두가 소통에 실패하여 비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대체 역사극이고 상업성을 담보한 액션극이지만, 영화가 끝나면 묘하게 질문을 건네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소통의 단절이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변 강대국과 북한의 동향을 잘 보고 어려운 외교를 해야 되는 것도 똑같고 높으신 분들이 당파성에 매몰되어 서로 실력 행사하기 바쁜 것도 똑같습니다. 영화는 조유정이 북한 공작원들을 쏘고 앞으로 박평호가 건네준 박은수라는 신분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암시합니다. 카메라는 조유정의 모습을 담지 않습니다. 그녀는 그 바깥에 위치해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박평호가 몰고 간 차 뒤편에서 총소리만을 들을 뿐입니다. 이 구도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건네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은수와 미래 세대에게 기대를 걸어도 좋은 것일까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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