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물의 길, 캐릭터 변화의 설정 오류
아바타 물의 길, 모션캡처
아바타 물의 길은 시각적인 면에선 최근 다른 영화에서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지점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스토리텔링도 뛰어나지만 일찍이 특수 효과에 관심이 많아 할리우드에 입성을 한 만큼 제임스 카메론은 항상 새로운 표현을 위해서 기술적인 혁명을 일으켜 왔습니다. 포토샵을 통한 어비스의 시각 효과, 터미네이터 2의 모르핀 기법 등등 그리고 아바타를 통해 디지털 3d의 생생함을 제대로 구현했습니다. 아바타에서 쓰인 모션 캡처 기술은 수많은 카메라가 배우의 움직임을 점과 선으로 인식하는데 그래서 이 물속에서 빛 반사가 되니까 모션 캡처가 더욱 힘들 것이고 이걸 과연 어떻게 구현을 하려나 걱정이 있었는데 역시 그 결과물은 아무 어색함이 없이 제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캐릭터고 배경이고 시각적으로 아무 어색함이 없었고 놀라운 건 이 캐릭터도 파랗고 배경인 바다도 파란 계열인데 이걸 뚜렷하게 구별하게 만드는 디테일들에 놀랐습니다. 배경과 인물을 제대로 분리를 시켰습니다. 최근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 히어로 영화들을 비롯해서 시각 효과를 내세우는 어떤 영화도 향후 10년간 도달하기 어려운 기술적 경지를 미리 선점해 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높은 경지의 시각 효과 수준이 외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비주얼이 신비하고 황홀하지만 그것만으로 영화 3시간을 이끌 동력이 되나 라는 의문점이 있었습니다. 비주얼을 제외한 스토리텔링이 약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스토리의 탄탄함을 추가
스토리 말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스토리를 단순하게 내버려 둔 그런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제이크의 시선만 따라가며 심플했던 1편의 스토리와 달리 스토리의 야망이 보이는 이번 속편이었는데 크게는 하늘에서 숲으로, 숲에서 해안으로, 해안에서 바다로 이런 뚜렷하고 굵직한 배경에 동선 이동을 통해서 또, 세부적으로는 이번 작에서 대폭 추가된 수많은 인물들의 감정이 얽히며 스토리의 중요성도 인지한 영화다라고 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비주얼이 뛰어난 거지 비주얼만으로 스토리텔링에 의존하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는 겁니다. 예컨대 초반 기차 습격 장면에서 기차를 습격하는 액션의 볼거리도 좋지만 그 전투에서 이긴 직후 현장에서 제이크 가족이 보여주는 반응, 그리고 요새로 돌아와 가족 사이의 감정이 분출하고 갈등이 고조되는 장면을 중요하게 담는 등, 아바타 물의 길은 뛰어난 시각적 기술력이 스토리를 받쳐주는 그런 양상입니다. 그 뒤에 이어지는 쿼리치의 분대와 제이크 가족의 첫 전투 역시 안부의 표현 같은 부분에서 비주얼 처리가 됩니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기술력이 기본 베이스로 깔리며 몇 차례의 합을 주고받는 이 액션 장면 와중에 네이티리의 망설임이나 제이크 설리가 느끼는 다급함 등도 중요하게 묘사하려고 합니다. 이런 충돌이 후반부 쿼리치와 제이크가 각자의 인질을 잡고 설전을 벌이는 장면을 통해 봉합이 되면서 가족의 의미라는 이 영화 전체의 주제의식까지 전달을 합니다. 그밖에 다른 장면에서도 시종일관 비주얼은 인물의 감정 그리고 그로 인한 사건의 전개 즉 스토리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그래서인지 클로즈업이 은근 많이 나옵니다. 심지어 이 영화를 보면 파야칸의 시점샷까지 나옵니다. 그래서 이번작의 스토리텔링 그리고 앞서 스토리를 당연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스토리는 일반적으로 좋다 나쁘다 이렇게 말하기가 좀 애매합니다. 왜냐하면 스토리는 시간에 따른 사건의 배열을 말하는 거라서 가치 판단을 섣불리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보통 일상에서 이야기가 별로다 스토리가 별로다 그러면 스토리텔링을 문제 삼는 경우가 많기에, 이 아바타 물의 길도 스토리 자체에 크게 이견이 없고 싶은데 아주 거대한 구멍이 하나 있긴 합니다. 그건 바로 후반부 맷케이나 부족이 실종됐다는 겁니다.
캐릭터 변화의 설정 오류
영화의 이야기 내내 중요하게 나온 이들이 후반부에 갑자기 모습을 감춘 근거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초반 프랜시스 아드모어 대장이 언옵타늄은 이제 별로 중요하지 않고, 브릿헤드처럼 판도라의 터전을 만들어 지구의 인류를 이주시키는 테라포밍이 주요 임무라고 말을 합니다. 그래서 쿼리치에게 제이크를 잡으라고 임무를 주는데 정작 제이크는 부족을 지키기 위해 숲을 떠나고, 멧케이나의 안식처로 피신을 합니다. 이게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느낌이라고 느꼈습니다. 제이크가 갑자기 무력감을 느낀 것도 1편에서 토루크 막토로서 모습을 생각하면 초반부에 이미 당황스러운 느낌인데 그런 제이크를 위험인물로 지 한 rda도 좀 명분이 부족해 보입니다. 그런 와중에 아드모어가 역설하던 테라포밍은 어느샌가 이 영화에서 존재감이 지워집니다. 전작에선 거의 대부분 제이크 설리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하며, 스토리가 심플하지만 느슨하지 않게 텔링이 됐다면 본 작은 인물이 추가됐고, 각자의 서사가 있습니다. 각자의 이야기가 엮이며, 후반부엔 타이타닉이 생각나는 장면 등 감정의 고점을 점점 치고 올리게 의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3시간을 유지할 감정적 동기를 이번 영화에서는 크게 느끼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이미지가 시각 효과로 이루어진 그래픽이고, 또 전편과 달리 자식이 5명이나 되는데, 그에 비해서 초반부 시퀀스가 밋밋합니다. 이 아바타 물의 길 속 네 테이암의 탄생이나 유년기의 화살로 물고기를 사냥하는 장면은 잘 만든 것 같지만 바로 청소년으로 커버린 두 아들을 접하기엔 감정적인 농도가 짙다고 보기엔 어려웠습니다. 제이크 설리 스스로도 행복은 심플한 거다 이러면서 마무리를 짓는 시퀀스엔 거리감이 살짝 느껴졌습니다. 이어서도 캐릭터 변화에 있어서 크게 긴장감이 별로 없습니다. 걸림돌 없이 전개를 위해 바뀌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거의 죽을 위기에 처하고 의식을 잃었다 깨어난 상황에서 로아크가 파야칸을 아무 의심 없이 대하는 장면이나, 멧케이나 친구들이 파야칸은 무서운 것이라고 언급을 해주는데도 그건 말이 안 된다며 파야칸 쪽을 완전히 변호하는 듯한 모습은 바로 직전 츠이레아와의 서사를 생각하면 균형감 있게 다룰 수도 있을 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쿼리치는 아예 이크란과 교감하는 모습이 생략되고, 어떻게 어떻게 탔다 그 결과만 보여주는 게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좀 과정이 스킵된 듯한 모습들이 영화 내내 나오며 캐릭터들이 인생 2회 차인 것처럼 잘 대처를 합니다. 캐릭터에겐 위기감이, 스토리텔링엔 긴장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고 특수 재질 슈트를 입은 카메라 감독이 찍은 해양 다큐를 보는 느낌 정도였습니다. 이 점에서 호불호가 크게 나뉘는 것 같습니다. 비주얼에 감탄에서 황홀경을 느낀다면 그것이 3시간 이야기를 감상하는 엔진이 되는 거고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에 걸림돌을 느낀 경우엔 이미 1시간이 지난 지점에서 심드렁해지기 시작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어서 나올 3, 4, 5편을 기대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기대합니다. 영화라는 환영 속 아바타라는 환영, 그리고 인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는 시리즈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형식의 한계를 계속 실험하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철학과 맞닿는 지점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번 영상의 결론은 비주얼은 대단했지만 아쉬운 스토리텔링과 스토리가 별로였고 그래도 비주얼이 기억에 남는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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