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지 않아, 잘만들어진 코미디와 개연성
해치지 않아, 웹툰의 실사화
해치지 않아는 영화 극한 직업을 제작한 이력이 있는 제작사가 참여하고 웹툰의 실사화 영화라는 것 때문에 극한 직업을 뛰어넘을 수 있겠냐는 우려 등 많은 걱정을 안고 개봉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한국 영화계에도 이런 영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 영화 해치지 않아입니다. 대한민국 3대 로펌 수습 변호사인 태수는 정직원이 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며 살아가는 청춘입니다. 선배 변호사들의 뒤치다꺼리나 해대며 살아가는 수습 변호사이지만 어느 날 우연한 사건으로 로펌 대표의 눈 띄게 됩니다. 그리고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 로펌과 관련되어 있는 사모펀드의 사업 확장을 위해 로펌 대표는 정직원 자리를 걸고 태수에게 미션을 하달하게 됩니다. 사모펀드가 헐값에 매입한 동물원의 원장 자리를 내줄 테니 3개월 안에 동물원의 가치를 올려두라고 합니다. 미션을 수락한 태수는 동산파크 동물원에 가게 되는데, 알고 보니 비 때문에 주요 동물들이 죄다 팔려간 빈털터리 동물원이었습니다. 남아있는 동물이라곤 미어캣과 몇몇 조류 등 사람들이 관심 갖지 않을 동물들 뿐이었습니다. 손님도 동물도 없는 동산파크의 원장이 된 태수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내놓게 됩니다. 바로 특수 제작한 동물의 탈을 쓰고 직원들이 동물인 척 위장 근무를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지만 태수는 동물원에 당연히 동물이 있을 거라는 사람들의 편견을 이용하자고 합니다. 이날 이후 태수를 비롯한 동산파크의 직원들은 망해가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게 되는데 어느 날 북극곰으로 위장한 태수가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북극곰탈을 쓴 채로 코카콜라를 마시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이를 본 관객들이 sns에 목격담을 올리면서 동산파크는 인산인해를 이루는 동물원으로 바뀌게 되는데 과연 동산파크의 직원들은 끝까지 들키지 않고 동물원을 지켜낼 수 있을까 살펴보도록 합시다.
잘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
코미디 영화는 관객을 웃기려고 만드는 영화이니 만큼 극 중 스토리와 캐릭터의 행동 등에 과장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웃는 이유는 단순히 웃긴 대사 때문이 아니라 개그맨들의 과장된 표정과 행동에서 웃는 상황 묘사가 굉장히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즉, 코미디에서 과장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과장만큼 중요한 게 극 중 과장된 코미디 상황을 얼마나 부담스럽지 않게 관객들에게 전달할지입니다. 대다수의 코미디 영화가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관객이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과장된 코미디. 흔히 무리수라 불리는 코미디만 반복해서 보여준다는 것과 이러한 코미디는 한두 번 보면 웃을 수 있어도 관객을 지속적으로 집중하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쉽게 질려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해치지 않아는 성공한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해치지 않아에 등장하는 코미디를 선호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화 중간중간 적절한 유머 코드를 잘 섞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러닝타임 내내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경찰들이 범인을 잡기 위해 닭을 튀긴다는 기괴한 상상력에 이어 망해가는 동물원에서 동물의 탈을 쓰고 연기를 해보자는 무식한 상상력. 그리고 콜라를 마시는 북극곰 등 기상천외한 발생에서 오는 우스꽝스러움이 굉장히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물론 코미디의 수준이 배꼽 잡고 웃을 만큼은 아니었지만 편하게 앉아서 키득키득 웃으며 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이렇게 편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한국 영화계에서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한 욕이나 해대고 장애인을 코미디 도구로만 활용하는 몇몇 저질 영화에 비하면 치킨집과 동물원이라는 소재는 굉장히 부담스럽지 않은 코미디가 관객을 편하게 웃겨준다는 점이 바로 이 영화의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만화와 다른 이야기의 개연성
이어 해치지 않아는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기를 제작했던 만화 작가 훈의 작품입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가장 큰 걱정을 했던 부분은 개연성입니다. 동물들의 탈을 쓴 사람들과 콜라를 마시는 북극곰 등. 만화는 만화니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현실로 옮긴다면 문제는 달라지게 됩니다. 멸종위기종인 북극곰이 콜라를 마시며 앉아 있으면 동물협회에서는 난리가 날 것이고 이를 조사하러 조사단이 꾸려질 겁니다. 그럼 결국 동산파크는 망하게 될 텐데 바로 이러한 부분들을 영화가 어떻게 처리할지 우려되었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개연성은 부족한 편입니다. 원작 만화에서는 사람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했던 걸로 기억을 합니다. 동물들의 체취를 뿌린다든가 인공 대변을 만들어낸다는 식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만화를 보면서 동물원 관객들이 동산파크 직원들에게 어떻게 속아 넘어가는지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감쪽같은 동물의 탈을 쓰고 관객들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거 말고 관객들을 속이기 위한 어떠한 장치도 나오지 않습니다. 영화가 웹툰의 실사화라는 점을 고려하자면 동산파크의 직원들이 관객들 속이기 위해 어떠한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지를 보여줬어야 하는데 웹툰과 달리 이 과정이 생략되었다는 게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또한 각종 배경들이 설명되지 않은 부분도 너무나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웹툰과 달리 각 주인공들의 사정이라든가 동물 탈의 구체적인 제작 과정이라든가 동물탈을 쓴 직원들의 시행착오라든가 하는 여러 부분들이 없습니다. 그래서 좀 더 스토리의 개연성과 구체성에 주목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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