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아이들을 지켜야 했던 어른들
우리집, 두 가정의 불화
영화 우리집은 두 가정을 보여줍니다. 주인공 하나의 집은 부모님이 매일 부부싸움을 하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는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여 방학식 때 선행상을 받게 됩니다. 그날 저녁 하나는 엄마에게 선행상 자랑을 하며 소원을 들어달라 하고 가족여행으로 바다에 가자고 합니다. 해야 할 일이 많았던 엄마는 곤란해하고 퇴근한 아빠는 이 사실을 알고 가족여행을 가자고 합니다. 그 말에 엄마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다면서 아침에 이어 또 부부싸움을 합니다. 하나는 눈치만 봅니다. 사실 하나가 그토록 가족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예전에 부모님이 싸우고 난 뒤 가족 여행 후에 화해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에도 가족여행을 가면 멀어졌던 부모님이 화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언성은 높아졌고 가족 여행은 꿈도 못 꾸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하나는 장을 보던 도중 길을 잃어버린 유진이라는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선행상을 받은 아이답게 유진이의 손을 꼭 잡고 언니 유미를 찾아줍니다. 그리고 며칠 뒤 아빠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하나는 거리를 떠돌다 유미를 만나게 됩니다. 동생 유진이가 아프다는 말에 하나는 유미의 집으로 향하게 됩니다. 유미의 집에 도착하자 유진이는 뭘 잘못 먹은 탓인지 소화가 안 되고 있었고 하나는 유진이의 손가락을 바늘로 따주게 됩니다. 이 사건 이후 유미 자매와 하나는 친해지게 되고 하나는 유미의 가정사를 듣게 됩니다. 유미의 부모님은 도배 일을 하기에 지방으로 출장을 자주 가시느라 집을 종종 비운다는 겁니다. 유미의 집에는 유미와 어린 동생이 전부입니다. 유미는 동생을 도와준 고마움에 저녁을 먹고 가라며 하나를 붙잡지만 하나는 그래도 저녁은 가족끼리 먹어야 한다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저녁 시간이 다 가도록 밥상 위에는 하나 혼자였습니다. 또한, 하나는 부모님이 서로 합의 이혼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게다가 유미 유진이는 이사를 가야 합니다. 부모님이 없는 둘만의 보금자리인 집에 방을 보러 온 사람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합니다. 부모님의 싸우는 소리가 시시때때로 들려오는 하나의 집과 모르는 사람이 방을 보겠다며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유미 유진이의 집. 이 아이들에게 집은 편안한 보금자리가 아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한 곳입니다. 그리고 세 사람은 각자의 소망이 담긴 상자 집을 만들게 됩니다.
현실의 힘에 부딪힌 아이들
결국 아이들은 집을 벗어나게 됩니다. 진정한 집을 찾기 위해 자신들만의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그러나 무더운 여름 길도 잘 모르는 아이들이 떠난 여행이 잘 될 리가 없습니다. 하나와 유미는 사소한 갈등으로 싸우기 시작하고 어느새 길을 잃어버리게 게 됩니다. 그 후 아이들은 우연히 마주한 바닷가 앞에서 공들여 만들었던 상자 집을 부수고 맙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망을 이루기 위해 떠났던 여행에서 주인공들은 아이들이기에 결국 현실에 부딪히게 됩니다. 꿈과 이상을 담아 만들었던 상자 집이 현실의 힘에 의해 부서진 것입니다. 결국 현실은 극복하기 힘들다는 것, 어른들의 세상을 향한 아이들의 노력은 닿기 힘들다는 것을 영화 우리집에서 보여주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길을 잃고 헤매는 아이들 앞에 우연히 작은 텐트가 나타나고 아이들은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됩니다.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세 사람만의 아늑한 공간에서 아이들은 평안을 느낍니다. 다음 날 아침 유미와 유진 하나는 각자의 집으로 향하게 됩니다. 집에 돌아와 다시 아침밥을 차리는 하나. 때마침 실종 신고를 하고 집에 돌아온 가족들에게 하나는 말합니다. 같이 먹고 힘내서 여행 가자. 까만 화면에 가족들의 밥 먹는 소리가 들리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아이들을 지켜야 했던 어른들
우리집은 열린 결말입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아이들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는 언제까지나 가족들을 위해 기어코 밥을 차릴 것이고 유미는 어린 동생을 잘 돌볼 것이라는 겁니다. 그것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가정을 지키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어른 세상이라는 강한 상대 앞에서 효과는 없더라도 아이들은 그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할 뿐입니다. 이렇기에 이 영화는 비극적이고 잔인합니다. 결국 지아가 왕따를 당했던 영화 우리들의 결말처럼, 윤가은 감독은 순수한 아이돌이 겪은 비극적인 상황을 통해 우리 어른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것입니다. 어른들의 문제는 결국 아이들의 문제이며 아이들은 결국 할 수 있는 게 없기에 어른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좀 더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는 것이 영화 우리 집에서 말하고자 하는 교훈입니다. 또한, 연출적인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영화 '우리 집'은 전 작품인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시종일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카메라를 촬영합니다. 윤가은 감독에 아이들을 향한 시선이 어떠한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존중과 배려 또한 특별한 대본 없이 아이들에게 상황 설명만 해주고 극 중 상황에 맞도록 대화하는 식의 연출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전체적으로 정말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