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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터데이, 과정의 부족함과 단순한 추억

김청선 2023. 11. 6.

영화 예스터데이

예스터데이, 비틀즈가 사라지다

예스터데이는 비틀즈의 노래 제목과 같은 것처럼 이 세상에 비틀즈가 없다면이라는 다소 신선한 소재로 스토리를 전개합니다. 주인공 잭 말릭만이 비틀즈의 노래를 기억하고 있다는 재미있는 설정입니다. 잭 말릭은 무명 가수입니다. 그의 노래를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은 친구이자 매니저인 엘리뿐입니다. 동네 팝이며 각종 음악 행사를 전전하며 노래를 하지만 잭의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은 언제나 엘리뿐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전거를 이끌며 집으로 돌아가는 잭. 갑자기 정전이 발생합니다. 흑점 활동의 이상으로 전 세계에 12초간 정전이 발생한 것, 이때 잭은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잭이 타고 있던 자전거를 버스가 치워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다음 날 잭은 운 좋게 죽지 않고 병원에서 깨어나고 잭은 친구들로부터 기타 선물을 받게 됩니다. 그는 선물 받은 기타로 비틀즈의 명곡인 예스터데이를 연주하게 되는데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아무도 예스터데이가 누구의 노래인지 모르며, 친구들은 직접 만든 곡이냐며 묻습니다. 이상함을 느낀 잭은 당장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비틀즈를 검색해 보니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비틀즈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잭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습니다. 머리를 꽁꽁 싸매고 알고 있는 비틀즈의 모든 곡들을 악보로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비틀즈의 곡으로 노래를 시작한 잭은 한순간에 슈퍼스타가 됩니다. 유명 팝 가수 에드 시런과 합동 공연까지 하며 승승장구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인기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잭은 비틀즈의 곡을 마치 자기 곡인 양 도둑 인생을 살아가는 것뿐입니다. 최근 양심의 가책을 느껴 환각을 보는가 하면, 곡이 잘 생각나지 않을 땐 괜한 신경질까지 냅니다. 심지어 자신을 가장 아껴주던 엘리를 성공을 위해 버리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잃어가던 잭은 자신 이외에 비틀즈를 기억하는 두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들로 인해서 존 레논을 만나게 됩니다. 이에 점차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는데 영화의 마지막 공연 장면에서 주인공 잭은 공개 고백을 합니다. 성공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사람을 버렸고 사실 자신의 성공은 비틀즈의 곡을 표절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부른 모든 곡의 저작권을 풀어버리고 사랑하는 엘리와 함께 가요계를 떠나게 됩니다.

비틀즈 일대기와 과정의 부족함

주관적으로는 영화를 보는 내내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래도 우선 좋았던 점부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영화의 각본을 작성한 리처드 커티스가 비틀즈의 광팬이니 만큼 영화 속 상황과 어우러지는 선곡 센스는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영화 예스터데이는 비틀즈의 팬이라면 그들의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틀즈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 빼면 정말 볼품없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예스터데이는 음악 영화로서도 그리고 로맨스 영화로서도 정의하기 힘든 영화입니다. 보통 음악 영화라고 한다면 보헤미안 랩소디 혹은 로켓맨과 같이 가수와 밴드의 일대기를 다룬다거나 맘마미아 라라랜드와 같이 노래를 바탕으로 인물의 삶을 보여준다는 식의 구성을 취합니다. 영화 예스터데이의 경우 전자에 속합니다. 비틀즈가 없어진 세상에서 비틀즈가 된 잭의 일대기가 영화의 중심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정작 중요한 부분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바로 잭의 성장 과정이 없습니다. 그가 비틀즈의 노래를 표절해서 발표하고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해 가는 과정에서 어떠한 고뇌를 겪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지, 그리고 어떻게 무너지게 되는지 영화는 자세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그저 잭이 비틀즈의 노래를 베끼고 성공하는 단편적인 모습만 보여줍니다. 이렇기에 관객은 잭이라는 캐릭터에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더불어 잭이 부른 노래에도 공감하기 힘듭니다. 영화 로켓맨에서처럼 삶에 있어서 엘튼 존이 겪었던 고뇌와 차별 등 영화의 극 중 인물들을 묘사하는 스토리텔링이 이번 영화 '예스터데이'에는 부족한 것이 그저 비틀즈가 사라졌다는 신선한 소재만이 영화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추억 영화라는 아쉬움

마지막으로 처음에 장점으로 설명했던 부분을 뒤집어볼까 합니다. 영화는 비틀즈라는 밴드를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비틀즈는 1960년에서 1970년대까지 세계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끼친 밴드입니다. 이후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등장하는 많은 밴드들이, 그리고 아직까지도 많은 음악들이 비틀즈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당시에는 비틀즈의 패션도 정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스터데이가 비틀즈를 그려내고자 했다면 바로 이 부분을 묘사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틀즈의 노래로 성공하게 된 책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비틀즈라는 소재를 가져옴으로써 보여주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영화는 이 부분을 그려내지 않습니다. 굳이 비틀즈가 아니더라도 퀸이 사라졌다는 설정이든가 에릭 클랩튼이 사라졌다는 설정이든 어떤 걸 가져와도 무방했을 영화입니다. 굳이 비틀즈를 가져와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그저 추억여행입니다. 이 영화는 그저 추억용으로 비틀즈의 노래를 팔아 대는 주인공 잭이 있을 뿐이고 이걸 볼 바에는 차라리 집에서 유튜브로 비틀즈 노래를 전곡 재생해서 듣는 게 훨씬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비틀즈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비틀즈에 대한 고찰이 부족한 영화. 그들의 음악을 그저 추억용 감성으로 만들어버리는 영화 예스터데이.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장면에서 영화의 제목 '예스터데이'가 보이는데 흘러나오는 노래는 헤이 주드인 것도 실망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굳이 예스터데이인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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