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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손자 상우의 시골생활과 관계 맺기

김청선 2023. 11. 5.

영화 집으로

집으로, 소년의 시골생활

집으로는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잠시 외할머니댁에 맡겨진 손자와 하염없이 사랑을 베풀어주었던 외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시골로 내려가는 엄마와 주인공 소년 상우를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햇볕에 그을려 까맣고 주름이 든 노인들 사이 하이힐을 신은 상우의 엄마와 로봇을 가지고 노는 상우의 모습은 그들이 도시에서 온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닭들이 날아다니고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버스 안 상우와 엄마는 우여절곡 끝에 목적지에 다다르게 됩니다. 낯선 숲 속에 오르막길을 올라 상우 앞에 나타난 것은 오래되어 보이는 낡은 초가집이었습니다. 이곳은 상우의 외할머니 댁이었습니다. 상우의 엄마는 일을 이유로 두 달간 상우를 이곳에 맡기게 되었고, 상우와 외할머니의 강제 동거가 시작됩니다. 도시에서 온 상우는 모든 상황이 낯설었고, 평생을 시골에서만 생활한 할머니는 상우를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두 사람은 마치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기 힘든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손을 내미는 할머니는 맛있는 밥도 차려주고 자고 있는 손자를 피해 청소까지 해가며 처음 보는 손자에게 끝없는 사랑을 베풀어줍니다. 하지만 그런 할머니의 노력을 무시하는 상우는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합니다. 말을 못 하는 할머니를 보며 욕을 하는가 하면, 할머니가 정성껏 차려준 밥상을 앞에 두고 햄만 먹어 댑니다. 심지어 방 한편에 고이 숨겨둔 과자를 건네는 할머니의 성의를 무시하고 나오지도 않는 tv에 화풀이를 합니다. 답답한지 게임기를 만지작거리는 상황. 하지만 게임기 배터리도 언젠간 수명을 다하는 날이 옵니다. 게임기에 배터리를 사기 위해 할머니에게 돈을 달라고 하지만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할머니가 답답한지 상우는 할머니의 은비녀를 훔쳐 달아납니다.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서 도착한 배터리 가게. 하지만 이런 시골에 게임기에 들어가는 건전지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실망감을 느낀 상우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만 길을 잊어버리고 맙니다.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우여절 끝에 도착한 할머니 집. 할머니는 상우를 마중 나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를 따라 다시 집으로 향하는 상우. 이날 이후 상우는 할머니를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할머니를 이해하게 되는 손자 상우

비가 오자 할머니가 해놓은 빨래 중 자신의 빨래만 걷으려 하다가 할머니의 빨래도 같이 걷는가 하면, 시장에서 발품 팔아서 힘들게 번 돈으로 자신에게만 짜장면을 사주는 할머니의 가방에 몰래 초코파이를 넣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젠 할머니가 해준 닭백숙도 잘 먹습니다. 비록 그토록 원하던 켄터키 치킨이 아니더라도 할머니를 밀어내고 경계하던 초반과 달리 상우는 이제 할머니에게 머리를 맡기기까지 합니다. 점차 서로 섞이기 시작하는 둘. 이후 말 못 하는 할머니와 소통하기 위해 상우는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바로 할머니에게 한글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글을 모르는 할머니가 답답해서 짜증을 내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 둘 알려주는 모습에서 상우의 성장이 보이며 대견하기까지 합니다. 관객들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기도 합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서울에서 자리 잡은 상우의 엄마가 상우를 데리러 오게 되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상우는 할머니에게 가장 아끼는 큐빅스 카드와 함께 편지를 전달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우리는 오랜만에 이 영화를 보면서 마냥 슬프고 감동적이기만 했던 어릴 적과 달리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평범한 행복과 관계 맺기

영화의 이정향 감독이 집으로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주제는 바로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70살이 넘도록 시골의 초가집에서 살아온 할머니와 그녀에게 로봇과 게임기 등 손자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들은 상당히 낯선 것들임에 분명합니다. 영화 속에서 유아용 퍼즐을 처음 보는 듯 가지고 노는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는 할머니가 상우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은유일 것입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가집, 시골, 장터 등 도시에서는 보지 못했던 할머니의 세상은 상우에게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배경을 가졌기에 어울리기 힘들어 보였던 두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할머니의 빨래를 걷어주고 할머니가 해준 닭을 맛있게 먹는 것, 힘들었을 할머니를 위해 아끼던 초코파이를 가방에 넣어드리는 것들은 우리의 삶에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관계 맺기라는 게 그렇습니다. 할머니가 사랑스러운 손자에게 맛있는 밥을 지어주는 것처럼 관심이라는 것은,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은 정말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인류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 뉴스를 보면 정말 끔찍한 사건, 사고들이 발생합니다. 다 같이 살아가기도 힘든 세상에서 왜 우리는 남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무시하는 것인지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고 관심 갖는다면 좀 더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를 생각해 볼 만한 영화입니다. 영화 속 할머니와 상우의 관계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상우와 할머니의 관계를 좀 더 확대해서 살펴보면 또 다른 주제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급격히 진행되었던 산업화로 인해 1980년대에서 199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도시와 시골의 양극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것도 바로 이 시점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영화에 투영해 보자면 할머니로 대표되는 시골과 상우로 대표되는 도시가 서로 이해하며 소통해야 한다는 주제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집으로는 할머니와 상우의 관계를 통해 가족 영화로서의 측면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문제까지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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