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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속도감으로 탈출 과정을 그리다

김청선 2023. 11. 5.

영화 엑시트

엑시트, 깔끔한 속도감의 소재

엑시트의 이야기는 정말 간단합니다. 용남은 취직에 연이어 실패한 백수입니다. 그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곤 똥 싸고 먹고 자는 것을 반복하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가끔 대학생 때 취미로 했던 암벽 등반 장비를 보며 추억에 젖기도 합니다. 어느 날 용남은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 참여하게 되고 그곳에서 짝사랑하던 후배 의주를 만나게 됩니다. 기쁨도 잠시 용남은 큰 사고를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제약회사 직원이 서울 한복판에서 가스를 뿌린 것이었습니다. 서울 전역에 가스가 퍼지게 되고 용남은 가족들과 같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얼마 후 구조대가 찾아오게 되는데 적정 하중을 이유로 용남과 의주만 건물의 옥상에 남게 됩니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이 됩니다. 의주와 용남이 모든 능력과 기술을 동원해 가스로부터 도망치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라고 한다면 103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과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 방식입니다. 요즘 들어 영화들의 러닝 타임이 길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많은 것을 담으려다 보니 지루해지고 산만해지기 마련인데, 엑시트는 정반대의 선택을 합니다. 용남과 의주의 탈출 과정이라는 단 하나의 단순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고 이를 속도감 있는 전개 방식으로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군더더기 없이 시원시원하게 넘어가는 스토리 구성이 너무 좋았습니다. 한국 영화 특유의 과도한 신파나 질질 끄는 사족 없이 보여줄 것만 딱 보여준다는 게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짧은 러닝 타임 속에서 웃음과 감동을 다 잡았다는 것도 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악부 출신들의 탈출 과정

사실 많은 분들이 기대하시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코미디가 중심은 아닙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코미디들이 관객을 웃기기에는 충분했고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중심 사건을 북돋아주는 역할로 존재할 뿐입니다. 코미디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중심은 바로 용남과 의주의 탈출 과정에서 오는 긴장감과 감동입니다. 산악부 출신인 두 주인공이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마주하게 되면서 매 순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위기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위로 높이 올라오는 가스, 10분이라는 방독면의 제한 시간, 용남과 의주의 신체적 한계 등. 영화는 계속해서 주인공들에게 한계를 부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주인공은 계속해서 해결책을 찾고 결국 극한의 위기 상황 속에서 생존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보는 게 굉장히 쫄깃쫄깃하고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특히 높은 건물의 벽을 오르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정말 손에 땀이 찰 정도로 긴장감을 느꼈습니다. 보는 내내 용남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면서 걱정하면서 봤습니다. 그만큼 영화 속 상황들이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는 점도 영화의 장점이었습니다.

현시대 청년들에 대한 위로

마지막으로 영화가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영화는 여러 번의 취업 실패로 좌절감을 안고 살아가는 용남과 직급은 부지배인이지만 알바나 다름없는 대우를 받고 살아가는 의주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인물들이며 큰 성공을 했거나 남들처럼 꿈을 이룬 대단한 인물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년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위기 상황 속에서 자기 자신보다 남을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게다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방법을 생각해 나가며 위기 상황을 극복해 냈습니다. 영화 속에서 용남의 아버지는 무모한 짓을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남과 의주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생존을 위해 여러 시도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훌륭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 이를 통해 감독은 현대사회의 청년들에게 위로를 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한국 청년들은 청년으로서 막막한 미래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어떤 길을 나아가야 할까, 나는 잘할 수 있을까 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우리는 우리를 믿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영화 엑시트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믿음이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가끔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신선한 소재를 바탕으로 감동과 웃음 그리고 주제 전달까지 잡은 유쾌한 영화 엑시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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