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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방도령, 생소한 소재와 개연성의 부족함

김청선 2023. 11. 3.

영화 기방도령

기방도령, 생소한 소재의 재미

기방도령은 남자 기생이라는 소재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영화로 풀어낼 만한 스토리가 존재하지 않는 소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로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초중반 재미를 위해서만 사용된 뒤에 다른 이야기를 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아주 정확하게 맞았습니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영화 속 두 그룹의 대비가 선명하게 그려진다는 것입니다. 홀로 과부가 된 후에 열녀가 되기 위해서 정조를 지키려는 여성들과 기방에서 많은 남자들을 맞이하는 기생들의 대비는 같은 여성이지만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는 칭찬을 조금 하고 싶습니다. 또, 영화 중간에 한 인물이 보는 책으로 등장하는 위대한 소원이라는 이 책은 이 영화를 연출한 남대중 감독의 전 작품이라는 점과 그 책을 본 인물의 반응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jyp 픽처스가 참여한 작품이라는 것을 과시하는 듯, 영화 중간에 jyp의 한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가사를 언급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이 또한 퓨전 사극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재미의 한 요소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은 대부분 가지고 있어서 나쁘지 않게 봤습니다. 적어도 영화를 보면서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서 상영관을 나가고 싶거나 하는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준호 배우의 연기도 생각보다 괜찮았고 영화 자체도 퓨전 사극이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고증적인 측면보다는 단순히 즐기기에는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사극의 균형을 깬 아쉬움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균형입니다. 이 영화는 사극 영화입니다. 사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시 시대를 잘 재현하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그 시대에 말이 되게 만드는 이야기를 하거나 대화가 등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극 코미디 영화인 조선 명탐정을 예로 들겠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사극의 말투를 유지하면서 현대의 물건들을 당시에 실제 있을 법한 도구들로 재구성하여서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혹은 역할을 나누는 방법도 있습니다. 영화 해적에서 보면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인물과 유쾌한 인물이 나눠져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메인 스토리를 진지하게 진행하면서도 코미디를 보여주는 인물이 그 메인 스토리에 개입되게 되었을 때 재미있는 상황들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기방도령에서는 모든 인물이 코미디를 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말투를 쓰는 인물도 사극의 말투를 쓰는 인물도 저마다 자신이 웃기겠다고 발버둥을 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마다 자신이 웃기겠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모습이니, 몇몇 인물에 대한 집중이 약해집니다. 그리고 육갑이라는 캐릭터는 등장부터 특이하게 등장을 해서 영화 내에서 큰 기능을 하게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 되게 만들었지만 이 인물은 단순히 웃기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영화 속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코미디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굳이 웃기기만을 위해서 한 캐릭터가 존재하는 것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주인공 캐릭터의 연애 코치로서의 능력도 기대했던 것보다는 다소 떨어져 보입니다. 물론 코미디 영화에서 웃기기 위한 인물이 필요한 건 맞지만 조금 뜬금없이 등장함과 더불어서 기방의 인물들이 왜 그를 품어주려고 하는지에 대한 설명조차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개연성이 부족한 스토리

기방도령은 메인 줄거리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실한 줄거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이지만, 이것을 2시간짜리 스토리로 만들기에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코미디 영화라고 해도 인물이 움직이게 만드는 변화점이 필요하고 이야기의 개연성이 필요합니다. 영화 극한 직업은 인물들의 목표와 그들이 각성하게 되는 계기가 뚜렷하게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본 뒤에 스토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의 스토리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방도령은 스토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면 딱히 설명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이 영화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피식피식 웃을 정도의 수준 정도를 원하신다면 추천하는 영화입니다만 웃겨서 웃는 것보다 조금 어이가 없어서 웃는 것이 더 많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지는 영화이기에 그저 코믹 요소로서, 그리고 남자 기생이라는 생소한 캐릭터를 보고 싶다면 한번 감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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