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은 그녀, 너무 성숙한 아역배우
감쪽같은 그녀, 할머니와 손녀
감쪽같은 그녀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2000년 부산, 나 홀로 라이프를 즐기고 계신 72세 말순 할머니네 집에 한 아이가 찾아왔습니다. 1살짜리 동생 진주를 업고 온 의젓한 아이의 이름은 바로 공주이고 12살입니다. 말순 할머니는 놀랍니다. 자신에게는 손녀가 없기 때문입니다. 공주가 도둑질을 하고 자신의 집에 숨어든 아이라는 생각을 한 말순은 공주와 다툼을 벌이다 공주의 물건을 망가뜨리게 됩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말순이 망가뜨린 것은 바로 오래전에 가수가 되겠다고 집을 나간 자신의 딸의 유골함이었습니다. 놀랍게도 공주와 진주는 바로 말순의 손녀였던 것입니다. 이날부터 말순은 처음 보는 손녀와 동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과연 이들의 동거는 무사할 수 있을지 살펴보도록 합시다. 일단, 이 영화에 등장하는 김수안 배우는 영화 부산행과 신과 함께에서 일반 대중들에게 큰 눈도장을 찍었던 배우입니다. 그리고 2017년 영화 군함도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그녀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감정선을 전달하는 방법을 잘 아는 배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김수안 배우의 특유의 슬픔이 가득해 보이는 표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번 감쪽같은 그녀에서 김수안 배우의 연기는 뭐라 평가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너무 성숙한 아역 배우의 설정 오류
극 중 공주는 12살 아이지만 1살인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까지 야무지게 합니다. 그리고 어른들에겐 굉장히 싹싹하기까지 해서, 극 중 공주 주변의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성숙도를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이게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습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진주와 공주는 경제 사정상 입양이 됩니다. 안타깝게도 동생 진주가 혈소판 감소증이라는 희귀병을 갖고 있었고, 때마침 아이를 여이고 두 자매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의사 부부에게 입양이 된 것입니다. 말순 할머니는 갑작스러운 치매가 왔고 노인보호기관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우연의 나비 효과로 인해 공주와 말순은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공주는 치매인 할머니를 버릴 수 없습니다. 그렇게 입양된 가정을 떠나 할머니에게 갑니다. 이 부분에서 5학년 짜리 아이가 치매인 할머니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그러지 못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준 것은 단지 치매 할머니와 손녀의 사랑이라는 신파를 보여주기 위한 자의적인 설정이었습니다. 캐릭터나 스토리의 연결성이라고는 하나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미흡한 시나리오 때문인지 배우 김수안의 연기도 어색한 부분이 있습니다. 중학생 누나의 옷을 훔쳐 입은 듯 성숙한 모습을 뽐내고자 애쓰는 모습이 다분했습니다. 한마디로 자연스럽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같은 역할만 반복하는 할머니 캐릭터
이후, 나문희 배우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80세가 넘은 나이에 매년 드라마며 영화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체력적으로 힘드실 만도 한데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배우인 것 습니다. 하지만 나문희 배우의 문제는 매번 비슷한 역할이라는 겁니다. 물론 나이가 있으니 항상 맡은 역할이 할머니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연기하는 할머니라는 캐릭터가 항상 평면적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치매에 걸려 손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손녀에게 싸줄 도시락을 자기 밥으로 착각하고 먹어버리는 장면에서는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게 그간 봐왔던 나문희 배우의 연기 공식과 무엇이 다른 지 알기 힘들었고 그간 해왔던 역할들과 큰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 단점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목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리뷰를 마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글이든 영화든 제목은 주제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 '감쪽같은 그녀'라는 제목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극 중 말순과 공주는 감쪽같았지라는 게임을 합니다. 알고 보니 공주는 말순의 친손녀가 아니었고 알고 보니 말순은 그걸 이미 알고도 공주를 손녀로 받아줬던 것입니다. 영화는 이 게임을 굉장히 감동적으로 그려냅니다. 혈연관계로 이어져 있지 않아도 서로 사랑하는 할머니와 손녀의 관계라는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 제목을 이렇게 설정한 것 같은데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아역을 맡은 배우들과 나문희 배우의 연기가 정말 훌륭했지만 과도한 신파와 캐릭터의 설정이 아쉬웠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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