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어른 사회의 축소판 인간관계의 교훈
우리들, 미성숙한 어린아이들 관계
우리들은 아직 관계 맺기에 서툰 10대 여자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항상 1등을 해야 하며 남들로부터 우위를 점하려고 하는 보라는 질투심이 상당히 강한 아이입니다. 그렇기에 선이와 지아를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짓밟아버립니다. 지아에게는 상처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이유로 전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 것입니다. 또다시 혼자가 되는 게 싫었던 지아는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친구 선이를 배신하고 보라와 함께 선이를 따돌림합니다. 우리들을 보면서 보라도 보라지만 지아에게 굉장한 분노를 느꼈습니다. 어떻게 친구를 버릴 수가 있지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지아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한때 친했지만 자신을 따돌림시키는 보라와 믿었던 친구 지아의 배신 등 영화 속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사람은 선이입니다. 선이가 따돌림을 당하게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린 동생 윤희를 돌봐야 했고 용돈도 적기 때문에 친구들하고 놀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흔한 휴대폰도 없고 집안이 가난한 친구입니다. 이런 친구들은 초등학교라는 미성숙한 공간에서 가장 만만한 먹잇감입니다. 영화 우리들은 보라 선이 지아 세 사람의 관계 맺기 과정을 통해 어린 시절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왕따의 가해자였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왕따의 피해자였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누군가는 방관자였을 겁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릴 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슬픈 장면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선이가 따돌림을 당하는 모습 자신이 피해받기 싫어서 친구를 버리는 지아 열등감에 사로잡혀 친구를 이용하는 보라 등 영화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미성숙한 관계 맺기 현장을 보여줍니다.
어른사회의 축소판인 아이들
카메라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마치 우리가 어린 시절을 떠올리듯 말입니다. 어른이 된 우리들이라고 다를 게 있을까 생각해 봅시다. 우리들 역시 이익을 위해 남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못된 말로 상처를 주는 것은 어른들인 우리도 똑같습니다. 영화는 어른 사회의 축소판인 아이들을 통해 우리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순수하기에 작은 생채기 하나에도 큰 상처를 입는 법입니다. 그렇기에 영화 속 비극들이 영화를 보는 우리들에게 크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영화 속 상징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상징적인 것은 봉숭아입니다. 선이와 지아가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며 손에 물들였던 봉숭아는 영화가 진행되며 점차 색이 흐려집니다. 마치 선이와 지아의 관계처럼 말입니다. 게다가 지아와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걸 보여주 듯 선이는 봉숭아물이 붉게 들어 있는 손톱에 파란 매니큐어를 칠하게 됩니다. 영화의 포스터에 등장하는 붉은 꽃도 봉숭아입니다. 봉숭아의 꽃말은 소녀의 순정입니다. 선이와 지아 그리고 보라는 순수한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쉽게 남에게 상처 주고 상처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교훈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우리들의 주제는 선이도 보라도 지아도 아닌 어린 동생 유이의 대사에서 등장합니다. 친구와 놀다가 맨날 다치고 들어오는 동생 유이에게 선이는 말합니다. 왜 맞고만 있냐고 싸우지 않냐고 말입니다. 그러자 동생 유이가 말합니다. 그럼 언제 놀아 같이 놀고 싶은데 이 장면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사라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왜 항상 남에게 나를 세우고 싸우려고만 하는지, 포용하고 이해하는 법을 왜 항상 잊고 살아가는 것인 지, 초등학생들처럼 미성숙한 아이가 아닌 성숙한 성인인데도 말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보라의 친구들은 예전에 선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밟지도 않은 금을 밟았다는 핑계로 지아에게 나가라고 합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선이가 용기 내서 말합니다. 쟤 금 안 밟았어 내가 봤어 이렇게 인간관계라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이런 인간관계에 점점 피곤해지고 지치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됩니다. 남에게 상처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리고 상처를 받는 일 또한 당연한 일로 넘겨버립니다. 관객들에게 영화 '우리들'이 인간관계에 상처에 대해 고민해 볼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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